언어지능 높아서 책을 좋아 할까? 책을 좋아해서 언어지능이 높은 걸까?
우리 아이는 만 3세 7개월에 시행한 웩슬러 유아지능검사(K-WPPSI-IV)에서 언어 영역 상위 0.2%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말이 유독 빨랐던 편은 아니지만, 또래에 비해 말수가 많고 ‘말빨’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좋았던 아이였습니다.

오늘은 숫자로 나타난 검사 결과보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부모가 직접 관찰하고 경험한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의 유아기 특징들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 평소에 아이를 보며 “머리가 정말 좋다”라고 거창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4세(만 3세)밖에 안 된 아이가 책을 스스로 읽는 모습을 보며(읽는다 표현했지만 한글은 읽을 수 없었기에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조금 신기하네?’ 하고 의아해했던 적은 있습니다. 일찍부터 책육아를 시작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어서 언어지능이 발달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난 언어지능이 높아서 책을 좋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재성은 딱히 보이지 않으므로 또래 친구들 보다 언어발달 부분이 빠른편이라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같습니다.

언어지능이 높게 나온 아이를 키워보니 단순히 말을 빨리 하거나 책을 많이 읽는 아이와는 조금 다릅니다. 언어를 이해하고, 연결하고, 기억하는 언어 구조 능력이 또래보다 뛰어난 것 같아 보입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를 키우며 실제로 자주 느꼈던 특징들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1. 처음 들은 단어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금세 기억했다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반대로 뜻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 단어는 계속 질문하거나 여러 상황에 대입해 보며,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확인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울창하다’라는 단어를 배우고 나서는 집 앞 나무를 보며 “울창하다”, 공원의 숲을 보며 “울창하다”, 길가의 가로수를 보며도 “울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단어를 적용해 보며,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어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여러 번 놀랐습니다.
‘이 단어를 어디서 배웠지?”이럴 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2. 끝없이 질문을 한다.
우리 아이는 호기심이 생기면 질문이 끝이 없습니다.
“왜?”
“어떻게?”
“그런데 만약 ○○라면?”
하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집니다. 단순히 답을 듣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방향으로 질문하며 생각을 확장해 나갑니다.
특히 책을 읽다가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납득이 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답을 들은 뒤에도 다른 상황에 적용해 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가장 난감했던 질문은 절에 있는 불상을 보고 와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엄마, 신은 마음속에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어?”
아이에게는 ‘신은 마음속에 있는 존재’라는 개념과 눈앞에 보이는 불상이 쉽게 연결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이는 스스로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며 개념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때 챗gpt의 도움을 얻어 “신은 마음 속에 있지만, 사람들의 믿음과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 모습이란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나에요. (자, 그럼 다음 질문은 “믿음은 뭐야? 존경은 뭐야? ” 엄마좀 살려줘~~~~)

3. 관심사에 푹 빠져든다.
아이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대부분의 경험은 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아이는 한 가지 관심사가 생기면 깊이 파고드는 성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주에 푹 빠졌습니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의 특징과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가 되자, 신기하게도 우주에는 더 이상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은 광물과 보석, 암석이었습니다. 광물로 가니 자연스럽게 원소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원소기호송을 하루에도 몇 번씩 부르며 지냈고, 5세 무렵 어느 날은 “엄마, 왜 친구들은 셀레늄을 몰라?”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이가 또래와는 조금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후에는 아이의 호기심은 채워 주되, 또래의 발달 수준에 맞는 책 위주로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관심은 역사로 옮겨갔습니다. 발해와 근현대사에 푹 빠져 관련 책을 찾아 읽었고, 새로운 분야를 탐구하는 즐거움을 이어 갔습니다.
신기하게도 광물과 보석만큼은 달랐습니다. 관심사가 바뀌어도 보석에 대한 애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는 취미이자 관심 분야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화석에도 빠져 있습니다.)

4.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우리 아이는 좋아하는 책이 생기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요즘 가장 즐겨 읽는 책은 인물세미나와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스티븐 호킹, 루이 브라유, 링컨부터 제우스와 헤라클레스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는 인물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 읽습니다.

엄마에게는 끝이 없는 반복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반복이 아이의 어휘력과 이해력을 키우고, 관심 분야를 더 깊이 탐구하는 힘이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5. 말장난과 유머를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말장난이나 반전 있는 이야기, 수수께끼를 특히 좋아합니다.
유치원에서도 선생님께 “유머 감각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기억했다가 상황에 맞게 활용하며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만의 재치 있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언어를 단순히 익히는 것을 넘어,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배움이 취미인 아이, 언어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 아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행위’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 편입니다. 보통 아이들에게 학원은 공부하러 가는 힘든 곳이겠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학원 투어가 일종의 즐거운 ‘취미 생활’과 같습니다.
특히 언어 분야에서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호기심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이 늘 놀랍습니다. 며칠 전에는 뜬금없이 “엄마, 나 스페인어 배우고 싶어!”라고 눈을 반짝이며 요청하더니, 요즘은 일본어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중국어,베트남어로 10까지 숫자를 셀 수 있을 만큼 언어 배우는 것을 재미있어 합니다. 요즘은 한자나 속담 공부에도 푹 빠져 있습니다. (TV에 나오는 영재 아이들 같이 한번 보고 들은 것을 외운다 같은 영재성은 전혀 없으며, 다양한 언어에 관심도가 높은 아이일 뿐 입니다.)
특히 아이의 언어지능에 한 번씩 깜짝 놀라는 순간은, 배운 표현을 일상에서 완벽하게 활용할 때입니다. 어느 날인가 아이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몇달 뒤, 아이가 무언가를 끈기 있게 붙잡고 노력하여 이뤄내더니 “엄마, 이게 바로 ‘우공이산’이지?” 하고 아주 적재적소에 정확한 표현을 딱 맞춰 써먹더라고요.
7. 언어 이해가 높다고 모든 영역이 빠른 것은 아닙니다.
언어 이해와 표현은 또래보다 앞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모든 영역이 같은 속도로 발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서적으로는 또래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속상하면 울고 친구와의 관계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6세 아이였습니다. 말은 잘 하지만 정서적인 부분은 따라 가지 못해 타인에게 말실수를 하게될까 싶어 엄마는 항상 걱정입니다.
또한 수학적 사고는 언어 능력만큼 빠르지 않았습니다. 계산이나 수 개념은 꾸준한 경험을 통해 천천히 성장하는 중이고, 문제를 푸는 것보다 이야기가 있는 수학책을 더 좋아합니다.
특히 라이팅은 정말 싫어합니다. 쓰기 활동을 부담스러워해 영어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언어적 강점이 있다고 해서 모든 영역이 뛰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이마다 잘하는 영역과 천천히 성장하는 영역은 분명 다르며, 그 속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잘하는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의 연령을 잊고 맞상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엄마도 자주 반성합니다.
부모가 느낀 점
언어지능이 높은 아이를 키우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많이 가르치는 것’보다 ‘많이 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언어지능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생각을 표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이의 성향 덕분인지, 요즘 영어유치원을 다니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워낙 말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그런지 영어유치원 가는 것을 정말 즐겁고 재미있어합니다. 사실 저는 소위 말하는 ‘영포자’라 집에서는 한글책만 열심히 읽혀주고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스스로 영어를 좋아하고 즐겁게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어느덧 유치원 2년 차가 되면서 주기적인 테스트도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는 숙제만 겨우겨우 할까 말까인 수준인데도, 기특하게도 중간 이상의 멋진 성적표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굳이 억지로 주입하지 않아도, 아이가 가진 언어지능과 영어를 즐기는 마음이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의 고민 : 수학은 어렵다.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수학입니다.
언어는 스스로 자라나는 것 같았지만, 수학은 부모의 도움이 더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수학머리가 없는 이 녀석을 어떻게 즐겁게 수학과 친해지게 해 줄까?”를 고민합니다. 연산을 너무너무 싫어하는 아이에게 연산자신감을 심어줘야하는데, 바로 이 고민이 오늘, 그리고 앞으로 엄마에게 남은 숙제입니다.
정답을 알고 있어서 쓰는 글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기록하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이 글을 남깁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부모님들이 있다면, 앞으로도 이 과정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배워가고 싶습니다.
